부산에 다녀왔습니다.
부산에 거주하시는 기부자님들을 모시고 작은 행사를 열었거든요.
당일치기로 다녀오느라 새벽에야 서울로 돌아왔고 덕분에 다음 날 느즈막이 출근을 하였는데
문자가 한 통 왔네요.
전 날 행사에 참석하셨던 김지연 기부자님께로부터 입니다.



김지연 기부자님은 두 달 전 아드님과 함께 재단방문을 오셨던 분입니다.
거주하시는 부산에서 서울까지는 먼 거리인데
하루를 꼬박 들여 재단을 방문하고자 하는 이유가 있으신 지 여쭈었더니 기부자님은 이렇게 답하셨지요.

물론 본인의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 지,
내 돈이 쓰이는 단체는 어떤 곳인 지 실제로 보고 듣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솔직하게는 경쟁이 팔할인 현대사회에서, 그리고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공부하는 아들 순빈이에게
함께 사는 사회의 일면을 보여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도 함께다. 그래서 꼭 순빈이와 함께 가고싶다. 고요.

일 마치고, 학업 마치고 오시느라 방문이 좀 늦어진 까닭에 사무실도 휑 하였고
재단소개와 이야기도 먼 걸음 하신 것만큼 유익하지 못하였으면 어쩌나 염려가 많았는데
재차 고맙다 말씀주시고 격려해주셔서 얼마나 큰 힘이 되었었는지요.

이후 순빈이가 따로 재단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
적으나마 몇 번의 문자와 통화를 했었던 때의 기분,
부산에서 뵈니 더 반가워요! 놓기 싫었던 손이, 미소가 떠오릅니다.


↑ 붙임성 좋은 재기발랄한 순빈 ^^


얼마 전에 출근하니 책상 위에 책이 한 권 놓여 있습니다.
이번에 김지연기부자님의 아버지께서 책을 내셨다 하셨는데,
감사하게도 제 것도 한 권 챙겨주셨는가봅니다.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라는 제목의 책은
김학로(김지연기부자님 아버지)님의 세번 째 수필집인데
앞부분에는 일상에서의 단상이 정리되어있고, 뒷 부분은 지인들에게 적은 편지글이 적혀 있네요.
목차를 죽 읽어내려가다가 당연히
'지연에게' 와 '순빈에게'를 먼저 찾아 읽었지요.

딸과 손자를 향해 꾹꾹 눌러적은 애정 가득담긴 편지를 읽다보니 새삼,
재단을 방문했던 날 배웅하는 길에
내 손을 꼭 잡고 '저녁 함께 먹어요 사 드리고 싶어요' 말씀하셨던 기부자님의 따뜻한 마음은,
이후 혼자 재단을 방문한 순빈이의 손에 배고픈 나를 염려하여 용돈을 쪼개 산 도넛과 주스 한 명이 들려있던 것은,
물론 타고난 인품 때문일수도 있겠지만
작은 만남과 인연을 귀하게 생각하기를 당부 해 온,
딸과 손주를 향한 한결같은 할아버지의 가르침이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구나 생각이 듭니다.

김지연기부자님 순빈이 모자의 꾸준한 고운 마음이 어디에서 왔을까
어느때는 궁금하기도 했었는데 편지글을 보다 보니 알 것 같습니다.
바르고 꾸준한 바람과 지도는 결코 헛되지 않는다는 걸요.



↑ 김지연 기부자님의 따뜻한 메시지 :)



↑ 순빈이가 준비 해 준 주스



 

   김학로 할아버지가 외손자 순빈에게 쓴 편지
     (김학로수필 제3집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중 발췌)

    초등학생 순빈에게 (2006년 어린이날에)
    .... 순빈아, 학교에서 가르치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어려운 이웃에 대한 연민의 정과 병들어가는 지구촌에 대한 사랑과
    크고 넓은 문제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지는 어린이가 되도록 노력해라....

    중학생이 된 순빈에게 (2009년 9월)
    .... 네가 중학교 들어간 후 매번 전학년에서 수석자리를 지키고 있다니 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순빈아, 바라건데 공부의 일등만을 목표로 삼지는 말기를 바란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성을 길러 인간(人間)으로 살아나갈 자질을 키우는 문제 등에도 관심을 갖기 바란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외손자에게 (2011년 1월)
    .... 아직 너의 진로가 분명해진 것은 없지만, 그것이 무엇이던 간에 보다 높은 가치에 관심의 범위를 넓히도록 하여라.
    이를테면 이웃과 지역사회, 국가와 민족, 나아가서는 세계와 지구촌 같은 것 말이다.
    구체적으로는 흙과 수목, 멍들어가는 자연과 지구, 그리고 헐벗고 굶주림에 허덕이는 지구촌 사람들의 삶 같은 것에도
    관심의 범위를 넓혀가면 앎과 행함의 가치와 폭 또한 높아지고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누렁 모금배분국박혜윤 간사
일터장면에서는 내 삶의 몇 가지 모토 중에 진심과 정성을 우선으로 두고 있음. '같이'의 가치를 알아 재단에 몸담았으나 기질이 개인적이라 괴로웠다 행복했다 괴로웠다 행복했다 함. 진심은 통하고 옳은 바람은 헛되지 않는다. 기부자님과 이웃에 걸맞는 좋은 동행인이 되려고 아등바등합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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