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로 술술 통하는 세상을 꿈꾸며_캘리그래퍼 강병인 작가
《아름다운Day》/소개합니다 2015. 12. 7. 13:53 |글씨로 술술 통하는 세상을 꿈꾸며
캘리그래퍼 강병인
강병인 캘리그래퍼
올해 초, 강병인 작가는 서촌에 작업실을 틀었다. 서촌은 그가 가장 존경하는 세종대왕의 탄생지이자, 봐도 봐도 좋은 인왕산을 어디서나 마주할 수 있는 동네다. 한글 창제에 깃든 사랑과 나눔의 철학을 귀히 여기는 그는, 그렇게 태어난 문자로 예술하고 사유하고 유희하는 인간으로서, 사랑과 나눔의 의무는 당연한 것이라 믿는다.
아름다운재단이 새로이 런칭한 생애주기기부 ‘아름다운Day’를 위해, 캘리그라피를 매개로 또 하나의 뜻 깊은 나눔을 약속한 강병인 작가를 만났다.
봄을 봄답게, 꽃을 꽃답게
소리없는 움직이는 가득한 캘리그래퍼 강병인 님의 작업실
캘리그라피는 ‘글씨 하나하나에 스토리를 담되, 우리말과 글이 가진 소리와 의미를 글꼴에 담아냄으로써 새롭고 아름다운 글꼴을 빚어내는 작업'이다.
들썩이는 ‘춤’을, 약동하는 ‘봄’을, 피어나는 ‘꽃’을, 소담한 ‘밥’을 바라본다. 한 음절 한 음절, 풍부한 표정과 동작으로 제 고유한 감정과 내력을 전하는 글씨들이 짧은 마임극을 연상케 한다. 표현력 좋은 마임이스트들에 에워싸인 듯한 공간. 캘리그라퍼, 혹은 ‘멋글씨작가’로 자신을 규정하는 강병인 작가의 작업실엔 소리 없는 움직임이 가득하다.
어원적으로 ‘아름답게 쓰다’라는 뜻을 지닌 캘리그라피(calligraphy)는 매 순간마다 마주하게 될 만큼 일상 깊숙이 자리를 틀었다. 무수한 제품 패키지와 책 표지, 드라마, 영화, 광고 타이틀로 즐겨 사용되는 까닭이다. 그리고 그 중에는 강병인 작가의 글씨 한두 점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을 터. 서예와 디자인을 접목한 캘리그라피를 통해 한글 글꼴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알려온 그는, 국내 캘리그라피 붐을 이끈 선두주자로 통한다. 현재 방영중인 TV 드라마 <장사의 신>을 포함, 인기리에 방영된 <대왕 세종>, <정도전>, <미생> 등의 타이틀과 소주 ‘참이슬’ 로고 등이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강병인 작가가 정의하는 캘리그라피는 ‘글씨 하나하나에 스토리를 담되, 우리말과 글이 가진 소리와 의미를 글꼴에 담아냄으로써 새롭고 아름다운 글꼴을 빚어내는 작업’이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의뢰받은 작업에 대한 공부죠. 책이라면 최초의 독자, 드라마나 영화라면 최초의 관객이 되는 셈입니다. 전반적인 내용과 주제를 파악하고 작가와 연출가의 의도를 헤아린 뒤, 글씨 쓰는 사람으로서 나 자신과 해당 작품의 관계를 봅니다. 그 작품이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하죠. 그러고 나서 글씨 콘셉트를 정하는데, 이를 한 줄 카피로 정리해봅니다. 가령 <장사의 신>의 경우, ‘탐욕이 아닌 정의로운 부를 쌓는 장사꾼’이란 카피를 뽑고, 그에 걸 맞는 글씨를 썼죠. 나름의 원칙이라면, 한글의 무궁한 가치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드라마의 주제를 잘 담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겐 한글 꼴의 다양성을 발견하고 시각적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작업도 중요하거든요. 물론, 간절한 바람도 자연히 깃들겠죠. 책이라면 잘 팔리기를, 드라마나 영화라면 시청자와 관객이 많이 보기를….”
먹을 갈고 붓을 잡는 것만으로도 기도하는 것
생애주기기부 '아름다운Day'에 뜻깊은 재능기부를 약속한 강병인 작가
아름다운Day_결혼기념기부 감사선물,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가훈
이야기를 품은 아름다운 글씨는 커머셜 작업 뿐 아니라 비영리단체들과 꾸준히 진행해온 프로젝트 속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글꼴이 지닌 풍부한 표정이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넘어 ‘울림’의 진폭까지 큰 까닭이다.
강병인 작가가 아름다운재단과 인연을 맺은 지도 5년이 넘었다. 최근 그는 재단이 새로 런칭한 생애주기기부 ‘아름다운 Day’를 위해 뜻 깊은 재능기부를 약속했다. 결혼을 기념해 100만 원 이상 기부 약속을 한 기부자에게 제공할 맞춤형 한글 가훈이 그것. 기부자가 가훈을 정해 신청하면 강병인 작가가 그 내용에 어울리는 글꼴로 가훈을 써 주는 작업이다.
“가훈을 써 주는 기획이라니, 참 반가웠어요. 캘리그라피를 시작하면서부터 ‘가훈의 한글화’라든지, ‘멋글씨로 집집마다 가훈 달아주기 운동’ 같은 걸 많이 생각했거든요. 더군다나 기부를 통해 캘리그라피 작가가 쓴 가훈을 집에 걸게 된다면, 기부자들도 가훈을 볼 때마다 나눔의 기쁨을 되새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부족한 글씨로나마 기부자가 늘어나고, 한글 가훈이 늘어나면 좋겠네요.”
커머셜 작업이든, 재능기부나 개인적인 작업이든, 글씨엔 작가의 마음이 깃들게 마련이다. 기실, 간절한 마음이 깃든 작업일수록 아픈 기억도 겹친다. 아름다운재단과 한겨레21이 공동 진행했던 캠페인 ‘기억0416’ 슬로건도 그 중 하나. 뒤집어 쓴 숫자 ‘4’를 통해 세월호의 참상을 압축한 캘리그라피는 강렬했다. 그는 그 글씨를 쓰면서 거듭 되새겼던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늘 가슴 속에 품고 지낸다.
아름다운재단의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사업과 함께했던 작업도 잊지 못할 기억이다. 이른둥이들을 위한 응원의 메시지, ‘힘내라 이른둥이’가 그것. “어떻게 써야 할까 많이 고민했던 글자예요. 제 큰 딸도 두 달쯤 일찍 태어났거든요. 고맙게도 너무나 잘 자라줬지만, 당시엔 얼마나 놀라고 걱정했던지…. 그런 제 개인적인 경험도 겹쳐 더 짠한 마음으로, 이른둥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나길 간절히 기원하며 썼던 기억이 나네요. 공들였던 글씨가 예쁘게 사용되고 있어 기분이 좋습니다.”
그가 붓을 잡은 모습을 상상하니, 이문재 시인의 ‘오래된 기도’라는 시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시인은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강병인 작가에겐 글씨가 기도의 한 방편일 것이다. 먹을 갈고 붓을 잡는 것만으로도, 붓끝을 가다듬고 호흡을 고르고 획을 뻗는 것만으로도, 그는 기도하는 것이다.
한글을 타고 순환하는 나눔의 철학
한글을 타고 순환하는 강병인 작가의 나눔의 철학
글씨를 통한 재능기부는 특별한 동기나 결심 없이, 그저 자연스레 흘러든 귀결점이었다. 어떤 분야든 처음 길을 낸 이들이 겪게 마련인 시난고난은 그에게도 예외가 아니었으니. 궁핍도, 외로움도, 겪을 만큼 겪어본 그다. 그의 작업실 이름 ‘술통’은 ‘글씨로 술술 통하는 세상’에 대한 꿈을 담고 있다. 글씨 하나가 사람들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라고, 거듭 되뇌는 그다.
올해 초, 강병인 작가는 서촌에 자리를 틀었다. 정겨운 골목길을 걷다가 어디서든 고개 들어 인왕산을 바라볼 수 있는 서촌은 수년 전부터 그가 작업실 위치로 점찍어둔 동네였다. 더욱이 이곳은 세종이 탄생한 마을이기도 한 바. 한글 캘리그라피를 통해 한글에 대한 자부심과 세종대왕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키워온 그는, 있는 듯 없는 듯 초라한 표지석 하나로 세종의 생가 터를 기리는 현실이 영 아쉽기만 하다.
“이 동네에 자리를 튼 만큼, 한글의 가치를 확장할 수 있는 문화 운동을 다각도로 구상중입니다. 사실, 세종이 한글을 창제한 근본이념을 생각하다보면, 자연스레 나눔의 철학으로 연결됩니다. 훈민정음 서문에도 글 모르는 백성을 위해 문자를 만들었노라 천명하지 않습니까? 문자를 몰라 어렵게 사는 이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이는 곧 이웃에 대한 사랑입니다. 세종대왕은 한글을 통해 사랑과 나눔을 실천한 성군이죠.”
나눔의 철학으로 탄생한 한글에 멋글씨로 새 숨을 불어넣음으로써, 또 하나의 뜻 깊은 나눔을 실천하는 강병인 작가. 세종이 탄생한 동네에서 본격적으로 웃고, 울고, 꿈꾸고, 구르고, 뛰어오를 그의 멋글씨들을, 이심전심의 문자 마임극을 기대해본다.
글 고우정 |사진 조재무
아름다운Day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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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희망이다(마르틴 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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