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을 안고 환하게 웃는 졸업생과 대견하게 바라보는 부모님. 그리고 제자와의 마지막 포옹에 눈시울을 붉히는 선생님. 이것이 제가 기억하는 졸업식입니다.

2008년 2월 14일.
아름다운재단 저 김간사는 먼 기억 속 졸업식을 떠올리며, 인천의 학익여자고등학교로 출동했습니다!

따르릉~ 따르릉~

“2월에 졸업하는 반 아이들의 이름으로 기부를 하고 싶어서 전화드렸습니다. 방송에서 봤는데 ‘기부선물’이라고 있던데요...”

학익여고 3학년 7반 한상진 선생님은 졸업하는 제자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생각하다 아름다운재단으로 연락을 주셨답니다. 1번 강윤희 학생부터 39번 황정민 학생까지 총 39명의 제자들에게 나눔을 선물하시려고요.
마침 좋은 사연을 촬영하고 싶다는 KBS ‘사랑의 리퀘스트’의 요청에도 속 깊은 선생님은 “아이들

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네요.” 라며 흔쾌히 허락해주셨습니다.
꽃다발을 파는 장사진과 졸업식을 알리는 큼지막한 현수막까지.
졸업식장의 모습이 물씬 풍기는 학교 앞에 도착하니, 마치 저의 졸업식인양 마음이 두근두근합니다.

3학년 7반에 들어서니, 아쉬움보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이 가득한 39명의 학생들이 왁자지껄합니다.한상진 선생님께서 제자들에게 예쁜 기부카드와 저금통이 들어있는 봉투를 한 사람 한 사람 호명하며 나눠주셨습니다. 그리곤 카드를 손에 들고 ‘이게 뭘까?’ 어리둥절한 제자들에게 이야기를 시작하셨지요.

“여기 주목~! 아름다운재단은 시민들이 용돈, 월급 등에서 조금씩 모은 기부금을 우리 사회에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전하는 곳이에요. 아름다운재단에는 기부선물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물질적인 선물 대신에 나눔을 선물하는 거지요. 졸업하는 여러분에게 특별한 선물이 없을까 고민하다 여러분의 이름으로 기부를 했습니다. 큰 액수는 아니지만, 기부금은 일제시대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이 살고 있는 우토로 마을을 지키는데 쓰기로 했어요.”

그제서야 학생들은 카드 속에 적혀있는 내용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짧은 글이 담겨있는 카드를 오랫동안 읽어 내려갔습니다.

“나눠 준 봉투 속에 보면 조립하는 저금통이 있는데, 앞으로 여러분도 그 저금통에 조금씩 용돈을 모아서 스스로 나눔을 실천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게 선생님의 바람입니다.”

졸업식 내내 마냥 씩씩하고 발랄하던 학생들은 선생님께 졸업장을 받으며, 친구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며 여기저기서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은 그런 제자들을 “녀석! 울긴 왜 울어~” 하고 따뜻하게 다독여주시네요.

이 모습이 10년 만에 찾은 졸업식의 훈.훈.한! 풍경이었습니다.

아기가 첫 발걸음을 띄기까지 수 많은 엉덩방아를 찧듯이,학익여고 3학년 7반 친구들도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겠지요.
하지만, 3학년 7반 친구들은 ‘나눔’이 함께한 조금 색다른 끝과 시작이 있었기에 그 시행착오마저도 기쁘게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특별했던 ‘졸업식’을 떠올리며, 사회에서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한상진 선생님의 바램처럼요.

그런 선생님의 마음을 아는지, 3학년 7반 친구들은 조립한 저금통을 흔들며 환하게 웃어줍니다.

“저희도 여기에 저금해서 기부할거예요!”

선생님의 나눔이 39명을 감동시키듯,
‘기부선물’은 주는 이, 받는 이 모두가 훈훈해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강윤희 학생부터 황정민 학생까지. 학익여고 3학년 7반 39명 친구들! 졸업을 축하해요!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