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 새해를 코앞에 둔 12월 끝자락, 아름다운재단 기부자소통팀 간사들이 서울 서촌을 벗어나 빛고을 광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아름다운재단 기부자들과의 특별한 만남인 ‘찾아가는 서비스’ 세 번째 주인공 정선기(54) 기부자를 만나기 위해서다. 바쁜 일과를 쪼개 아름다운재단 간사들을 반갑게 맞이해준 정선기 기부자는 ‘아름다운재단 광주 홍보대사’를 자청할 만큼 나눔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보여줬다.



 광주 빛고을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정선기 기부자광주 빛고을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정선기 기부자



 

20년간 한결같은 기부 실천, 세 아들도 나눔 대물림

 

“아이고, 전라도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죠. 이 겨울에 머나먼 곳까지 저를 찾아주시다니 감동적이고 벅차네요. 이건 지리산 야생 작설차인데 한번 드셔보세요. 구수하니 향이 좋아요. 잔이 째깐하니까 수시로 따라드쇼잉.” 


세련된 표준어와 구수한 사투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첫마디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첫 만남이라는 것이 무색할 만큼 정선기 기부자는 조곤조곤 다정한 말투로 편안하게 대화를 이끌었다. 역시 베테랑 국어선생님이다.

  




광주 빛고을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정선기 기부자는 아내와 세 명의 아들까지 함께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가족기부자다. 2005년 처음 아름다운재단과 인연을 맺은 후 벌써 10년을 훌쩍 넘겼다. 최근 들어 가족기부자가 늘고 있는 추세지만, 다섯 명이 넘는 대가족이 10년 이상 장기간 기부를 이어온 경우는 정선기 기부자 가족이 거의 유일하다. 알고 보니 ‘기부 가족’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기부 스토리가 예사롭지 않다.


“예전부터 기부를 해오던 곳이 있었어요. 다른 두 곳은 벌써 20년이 넘었네요. 당시 우연히 그 기관의 소식지를 보고 국내 청소년 후원을 하게 됐고, 같은 해에 고려인들을 지원하는 단체에도 기부를 시작했죠. 아내도 종교 단체에서 운영하는 복지기관에 오랫동안 기부를 해왔고요. 그런데 10년쯤 지났나? 기부를 늘리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아름다운재단을 알게 된 거예요. 제가 먼저 시작하고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권했죠. 당시에는 아이들이 어려서 제가 대신 내줬는데, 큰아들이 성인이 된 후로는 자연스레 자기가 벌어서 기부를 하더라고요. 대견하고 뿌듯하죠.” 



정선기 기부자는 아내와 세 명의 아들까지 함께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가족기부자다.아내와 세 명의 아들까지 함께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정선기 기부자는 최근에 기부금 액수를 상향조정했다. ‘죽을 때까지 소득의 10퍼센트 기부하기’라는 자신의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다섯 가족이 여러 곳에 동시기부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부금 액수를 올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과감히 결단을 내렸다.


“마음 같아선 더 올리고 싶었는데 참았어요. 쉬지 않고 오래 해야 나눔의 의미가 더 커지는 거니까요. 그런데 종종 부끄러운 마음이 앞서요. 불교에 육보시(肉布施)라는 말이 있잖아요. 몸을 써서 봉사하고 남을 돕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나눔인데, 저는 워낙 게으르다보니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한 거죠.”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동안 쉬지 않고 이어온 나눔, 게다가 세 자녀에게까지 물려준 나눔이면 그 또한 결코 쉽지 않은 훌륭한 보시임에 틀림없다.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


 의미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필요하다며 나눔교육 반디를 꼽았다.의미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필요하다며 나눔교육 반디를 꼽았다.



정선기 기부자는 줄곧 아동청소년 지원사업에 기부를 해오고 있다. 27년간 교육현장을 누비며 누구보다 교육의 힘과 가치를 절실히 깨닫고 있어서다. 


“아이들이 곧 우리의 미래잖아요. 아이들이 교육을 통해서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만큼 가장 확실한 투자도 없죠. 제가 교사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교육 기부가 지금보다 더 활발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름다운재단에서도 교육 기부 영역을 더욱 확대해주길 바라고요.”


정선기 기부자는 최근에 경남 산청에 위치한 지리산고등학교를 방문한 뒤로 자신의 생각에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2003년 시민들의 소액기부를 받아 설립한 대안형 특성화 학교로, 성적이 우수한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100퍼센트 무상교육을 지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직접 학교를 방문한 적도 있는데 가서 보니 아이들이 너무 건강하고 밝더라고요. 공부도 잘해서 소위 말하는 명문대 진학률도 상당히 높고요. 더 깜짝 놀란 것이 졸업생들을 학교에 못 오게 한다는 거예요. 그럴 시간과 돈이 있으면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도우라고요. 그 정도로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워서 사회에 내보내는 거예요. 이게 바로 교육의 힘이죠. 소망에 가까운 일이긴 하지만, 언젠가 아름다운재단에서도 건강한 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해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영역이지만 개인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재단의 사업 중에서도 자신과 맞닿아 있는 청소년 대상 나눔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큰 관심과 더불어 숱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지금 진행 중인 반디 프로그램도 상당이 좋은 것 같네요. 학생들을 데리고 서울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재단에 들러서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학교 정규과정이 되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을 거예요. 대신에 4~5회 특별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진행하거나 평일 저녁이나 방학을 활용해서 30~50시간 정도 캠프를 해보는 것도 좋고요. 과거와 달리 학교가 많이 달라졌어요. 다양하고 의미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필요로 해요. 학생들도 마찬가지고요. 한두 번 해보면 입소문이 나서 더 많은 학교에서 동참하게 될 걸요?” 


 


나눔 통해 일상의 기쁨 누리는 사람들 늘었으면

 

한동안 많은 질문과 답이 오갔다. 재단 기부자 규모부터 간사들의 감정노동 걱정까지, 아름다운재단에 대한 정선기 기부자의 마음 씀씀이는 깊고 넓었다. 




아름다운재단에 대한 정선기 기부자의 마음 씀씀이는 깊고 넓었다. 아름다운재단에 대한 정선기 기부자의 마음 씀씀이는 깊고 넓었다.



“오늘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재단이 제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것보다 우리 사회의 기반을 튼튼하게 하는 사업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 같아 더 힘을 보태야겠다 싶네요. 흔히 우리 주변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아동결연형태의 기부를 많이 보게 되죠. 저 역시 결연을 맺고 있는 아이들이 있고요. 하지만 당장 눈앞에 빠른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꼭 필요한, 기반을 튼튼하게 하는 사업에도 기꺼이 투자할 수 있는 용기와 결단이 있어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우리 몸의 성장에도 외적인 성장과 내적인 성숙이 조화로워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나눔, 어렵고 힘든 일상에서 기쁨을 느끼는 순간이거든요.나눔, 어렵고 힘든 일상에서 기쁨을 느끼는 순간



마지막 인사를 대신해 나눔의 의미를 한 마디로 묻자, 잠시 고민 끝에 ‘물안개’라고 답을 내놨다. 


“지금은 이사를 갔지만 얼마 전까지 섬진강 길을 따라 출근을 했어요. 아침에 강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출근길에 물안개를 보는 것이 하루일과 중 가장 큰 기쁨이었어요. 저에게는 나눔도 그런 것 같아요. 어렵고 힘든 일상에서 기쁨을 느끼는 순간이거든요. 새해부터는 제 주변 사람들도 저처럼 일상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아름다운재단 광주지역 홍보대사가 돼보려고요. 좋은 건 함께 나눠야 더 큰 즐거움으로 돌아오는 법이니까요.” 



글 권지희 | 사진 이동훈

 

 


찾아가는 서비스란?

기부자님과 직접 만나 따스한 눈빛을 나누고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에 대해 궁금한 점을 쏟아낼 수 있는 뜨거운 소통이 부족함에 늘 아쉬움을 느낍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찾아가는 서비스'가 탄생했습니다. 아름다운재단과 아름다운재단 간사가 궁금한 기부자님, 사회 변화를 만드는 일, 나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기부자님 언제든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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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너.우리 나눔사업국 기부자소통팀서수지 간사
'더불어 사는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마음이 씨앗이 되어 아름다운재단을 만났습니다. ‘더 많은 마음들이 즐겁게 만나, 함께 아름드리나무로 키워갈 수 있도록’ 살뜰히 소통하겠습니다 : )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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