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아직 개봉도 하기 전, 쟁쟁한 국제영화제에서 수상 소식을 들려주었던 영화<똥파리>가 영화인캠페인 3월 상영회에서 선보였습니다.
<똥파리>는 곁에 있지만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것, 즉 우리가 마주치고 싶지 않은 현실을 이야기합니다. <똥파리> 속의 주인공들은 퍽퍽한 현실 속 도무지 회복되지 않을 것 같은 가족들로 인한 상처로 마음 붙일 곳이 없습니다. 상처투성이 주인공 상훈이 또 다른 상처투성이 여고생 연희를 만나고 위안을 얻는 듯하지만 영화는 현실이 그리 녹록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가파른 절벽 끝에 내몰린 주인공들의 삶 속에서 반복되는 폭력들은 끝나지 않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연희의 모습만이 오롯하게 남습니다. 정신분열증을 앓는 아버지의 저주같은 말에도, 누나에게 상욕을 하며 대드는 남동생 곁을 떠나지 않고 가족을 지키는 연희, 상훈을 위로하는 연희, 상훈의 어린 조카 형인을 따뜻하게 보살펴주는 연희. 마지막까지 상처투성이 가족을 붙잡는 이는 웃을 일 없는 삭막한 환경 속에서도 밝고 씩씩한 연희였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위기의 가정을 지탱하는 건 수많은 다른 이름의 연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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