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기온 30℃를 찍던 어느 날, 받은 메일 한 통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위한 無더위 캠페인”


홀로 사는 어르신들께 선풍기와 여름이불을 지원하고자 하니 기부를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적은 금액이지만 매달 정기적으로 기부를 하고 있는 나는 ‘또 할 필요 있나’라는 생각에 메일을 삭제하려는 찰나 내 눈에 띈 것은 36이라는 숫자였다. 나는 사무실에서 고작 30℃의 더위와 싸우고 있는데 어르신들이 사는 조그맣고 창문도 없는 방의 실내온도는 36가 넘는다는 사실에 손가락이 멈추고 말았다. 


그런데 그 더운 곳에서 선풍기도 없이 여름을 지내시다니... 집집마다 선풍기 1~2대는 기본이고 에어컨도 구비하고 사는 세상에 형편이 어려워서 선풍기도 없이 지내시는 분들이 계시다니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그래서 기부와 함께 직접 선풍기를 배달해드리는 자원활동을 신청하여 참여하게 되었다.   


시작 전 자원활동가 모두가 시작 전 자원활동가 모두가 "화이팅!"을 외치며

 


시작은 어르신들께 식사를 대접하는 일


어르신들께 설농탕을 대접하기 위해 분주히 준비중인 자원봉사자들어르신들께 설농탕을 대접하기 위해 분주히 준비중인 자원활동가들

 


복날을 맞이하여 특별히 신선설농탕에서 약 500여분을 대접해 드릴 수 있는 설렁탕과 수박을 준비해 주셨는데 약 25명 정도의 자원활동가들이 음식담기, 나르기, 안내, 설거지 등 각각의 임무를 부여받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음식이 준비되기 훨씬 전부터 문 밖에서 수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계셨는데 식사가 시작되자마자 한꺼번에 들어오셔서 배식이 끝날 때까지 정말 정신이 없었다. 밥을 설렁탕 그릇에 담는 업무를 맡았던 나는 계속되는 움직임과 밥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수증기 때문에 땀이 삐질삐질 나고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모두들 바쁘게 열심히 일을 하고 계셨기에 힘들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물론 활동한 다음 날 내 팔과 다리에는 어김없이 근육통이 찾아왔지만 말이다.  



정성스레 밥을 담고 있는 (좌)김은실 기부자정성스레 밥을 담고 있는 (좌)김은실 기부자

 


한분한분 입맛에 맞는지, 부족한 것은 없는지 여쭤보는, 밥이 더 필요한 어르신께 직접 덜어드리고 있는 자원봉사자한분한분 입맛에 맞는지, 부족한 것은 없는지 여쭤보는, 식사가 더 필요한 어르신께 직접 덜어드리고 있는 자원활동가

 


한 두 시간 정도의 배식활동이 거의 끝나갈 무렵 자원활동가들도 식사를 하기 위해서 주방에서 나왔는데 늦게 오신 몇 분의 어르신들이 아직 식사를 하고 계신 것이 보였다. 식사시간이 거의 끝나가는 것을 아셨는지 테이블에서 혼자 급하게 식사를 하고 계신 할머님이 계셔서 같이 식탁에 앉아서 천천히 드시라고 말씀드리고 이런저런 몇 마디 건네드렸더니 할머님께서는 잘 드셨다며 가방에서 믹스커피 두 개를 꺼내어 나에게 주셨다.


이 설렁탕은 내가 대접해 드린게 아닌데 뭐가 그리 고마우신지 아껴두셨다가 할머님 드시라고 말씀드려도 기어코 나에게 주고가신다. 한 잔에 5천원 하는 커피도 쉽게 사먹는 나에게 믹스커피 두 개는 큰 의미가 없지만 그걸 받는 순간의 그 감정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어르신들을 찾아뵙


두 세 명씩 조를 짜서 선풍기와 여름이불을 직접 가지고 방문을 하는데 그 날 자원활동가로 참여한 배우 한효주씨와 한 조가 되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같은 조로 이동을 하고 있는 (좌)한효주 기부자 (우)김은실 기부자같은 조로 이동을 하고 있는 (좌)한효주 기부자 (우)김은실 기부자

 


효주씨는 전날 직접 수박을 사서 어르신들이 먹기 편하게 잘게 썰어 준비해오는 정성을 보여주었다.

준비해온 수박을 맛있게 드시고 계시는 할머니와준비해온 수박을 맛있게 드시고 계시는 할머니와 (좌)김은실 기부자 (중간) 한효주 기부자

 



총 네 분의 어르신을 방문했는데 선풍기도 없이 지내시는 분들의 세간살이가 변변할 리 만무하다. 몸 하나 뉘이면 꽉 찰 것 같은 작은 방에 창문은 없거나 아니면 조그마한 창문이 하나 있었고 보관할 곳이 없어 미처 정리를 하지 못한 짐들이 여기저기 쌓여져 있었다. 그래서 방 안은 바람한 점 통하지 않았고 바깥보다 기온이 높아 들어가자마자 땀이 삐질삐질 나기 시작했다.


총 네 분의 어르신께 선풍기와 여름이불을 배달하고 말벗이 되어드린 1조총 네 분의 어르신께 선풍기와 여름이불을 배달하고 말벗이 되어드린 1조

 


그 안에서 선풍기를 조립해서 틀었더니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요즘 장마철이라 바깥출입을 자주 못하실텐데 선풍기라도 있으면 그 곳에서 지내시기가 훨씬 수월하실 것 같아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하지만 발걸음이 가볍지 않은 이유

 

그 분들에게 선풍기와 여름이불보다 더욱 필요한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처음 방문드렸던 할머님은 찾아온 사람들을 보시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지셨다. 가족이 아닌 낯선 사람들인데도 얼마나 사람이 그리우셨으면 그러셨을까... 4명이 방문한다는 얘기를 듣고 아이스크림 4개를 사다놓으셨는데 6명이 와서 2개가 모자르다며 너무 미안해하시며 계속 2개를 더 사오겠다고 하시는데 남이 아니라 본인의 손자 손녀가 온 것 마냥 반가워해주시고 머 하나라도 챙겨주시려고 하시는 그 마음이 찡하게 느껴졌다.


TV에서 자원활동하시는 분들이 자원활동하면서 본인이 더 많은걸 얻는다고 말씀하시는 걸 종종 보는데 그 기분을 나도 조금은 알 것 같은 하루였다. 단체가 아닌 개인으로서 자원활동에 참여한 건 처음인데 이런 기회가 있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고 나처럼 자원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망설이고 계신 분들이 계시다면 자원활동은 어려운 일도 거창한 일도 아니니 당장 도전해 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글. 아름다운재단 기부자 김은실
사진. 정김신호

 


※ 아름다운재단에서는 2013년 7월 12일(금) '홀로 사는 어르신을 위한 <無더위캠페인>'에 참여하신 기부자님들과 그 기부자님 중 한 명인 한효주님(더보기 클릭)의 팬클럽 회원들과 함께 복날을 맞아 홀로 사는 어르신들께 설렁탕을 대접하고, 선풍기를 직접 배달/조립까지 해드리는 자원활동을 진행했습니다. 

그날의 자원활동에 참여한 김은실 기부자님께서 본인에게 '무더위캠페인'이란 무엇인지, '자원활동'이란 무엇인지 글로 엮어내주셨습니다. 김은실 기부자님과 같이 캠페인에 참여해주실 분들은 클릭해 주세요! 



홀로 사는 어르신을 위한 '無더위캠페인' 참여하기



※ 관련 문의 : 캠페인/회원개발팀 성혜경 nanumer@beautifulfund.org   02)6930-4536 

 

두리번두리번 모금국성혜경
누군가 돌보지 않더라도, 굳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조용히 늘 같은 자리에서 스스로 아름다움을 빛낼줄 아는 그런 들꽃같이 나눔을 알아가고 퍼뜨려가는 이 되렵니다. 캠페인모금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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